“더워요, 진짜 더워요. 얼음물, 부채, 챙 큰 모자 무조건 챙기세요.”, “부스 구경은 인파가 몰리기 전 아침 일찍 ‘오픈런’ 하세요.” 올해 26번째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서울퀴어퍼레이드’(이하 퀴퍼)를 하루 앞둔 13일, 퀴퍼에 다년간 참여해 온 성소수자와 앨라이(연대자)들은 ‘더위를 식혀줄 아이템’과 ‘축제를 만끽할 마음가짐’을 필수 준비물로 꼽았다. 올해 퀴퍼는 토요일인 14일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부터 종각역 5번 출구 일대에서 열린다. 이날 오후아바코 주식 2시 종각역 인근 환영무대 행사에 이어 오후 4시부터 종각역을 출발해 종로2가, 을지로2가, 명동역,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 인근까지 함께 걷는 행진이 진행진다. 인권·시민사회단체나 기업 70여곳이 마련한 부스 행사는 오전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린다. 지난 2000년 처음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들의다빈치게임 인권 증진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행사이자 시민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다. 혹시라도 혐오세력과 마주한다면 한겨레 취재에 응한 퀴퍼 개근생들은 첫 참여자들에게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0년부터 5회 이상 퀴퍼에 참여한 안유나(가명·33)씨는 “아무리 멋지게 꾸미고 가도 땀에 절어 금증권강연회 방 망가질 수 있다”며 “자신을 뽐내는 것보다 생존이 우선이니, 더위 방지템부터 챙기라”고 말했다. 6회 이상 참여한 정선이(가명·36)씨도 “계속 야외에 있으면 지칠 수 있으니 행진 경로 인근 카페 등에서 휴식을 취하다 중간에 합류하면 체력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혹시나 퀴퍼에서 ‘썸’이 생길 거란 기대는 접어두세요. 해마다 퀴퍼가 열리는 날은 너무코리아나 주식 더워 플러팅(마음에 드는 상대를 유혹하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혐오 세력과의 충돌이나 아웃팅(당사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이 알려지는 일)에 대비하라는 당부도 나왔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누리집을 통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치하지 말고 주변 진행 요원이나 다른 참여자들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안내했다. 한국아태특별 주식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최근 몇년 간 축제 참가자와 혐오세력 간 충돌이 크게 발생한 적은 없다”며 “혹시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는 이들을 마주했을 때 심리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최대한 그 장소를 빠져나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러나 “(축제를 통해) 굉장히 많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유나씨는 “혐오세력을 맞닥뜨리면 분노가 치밀 수 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관찰하듯 보면 금방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며 “축제 현장을 신나게 즐기는 것만이 당신의 본분임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14일 서울 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일대에서 열리는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인권·시민사회단체와 기업 70여곳이 부스를 차린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누리집 갈무리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엔 응원과 위로가 퀴퍼엔 가보고 싶지만, 혹시라도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까 망설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퀴퍼에 ‘개근’한 변지은(34)씨는 “이성애자 부부들도 자녀 교육을 위해 현장을 찾는 등 성소수자뿐 아니라 수많은 앨라이들이 퀴퍼에 참여한다”며 “커밍아웃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너 퀴퍼 다녀왔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친구 중 성소수자가 있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고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퀴퍼에 처음 참여하는 ‘벽장 아가 퀴어’(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상황)라면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설치한 부스에 꼭 들러 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님들이 프리허그도 해 주시고, ‘부모님께 커밍아웃해도 될까요?’, ‘부모님께 성소수자인 걸 들킨 것 같은데 어떡하죠?’ 같은 고민 상담도 해 주시는데, 그분들의 응원과 위로가 분명 큰 힘이 될 거예요.” 행사장엔 70여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송이원 모두의결혼 활동가는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퀴퍼 시즌에만 공개하는 한정판 굿즈(기념품)를 많이 준비하니 누리집에서 어떤 단체가 (부스 행사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오면 좋다”고 전했다. 또 “올해는 ‘남태령 대첩’ 이후 성소수자들과 연대를 시작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처음 부스를 차리고, 탄핵 촉구 광장에서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으며 센스 있는 선곡과 진행 능력을 뽐냈던 박민주 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행진팀장이 ‘윤석열퇴진성소수자공동행동’ 행진 트럭의 사회를 맡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질병관리청,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올해 처음 부스를 마련하니 눈여겨봐 달라”고 했다. 변지은씨는 “부스를 구경하고 싶다면 인파가 몰리기 전인 아침 일찍 현장으로 가 ‘오픈런’을 하고 빠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밖에 축제를 즐기기 위한 노하우로 “전 애인이나 천하의 원수를 우연히 마주쳐도 놀라지 말 것”(안유나), “최신 케이(K)팝 핵심 안무를 미리 익히고 가면 더 즐길 수 있다”(정선이), “개성을 뽐낼 옷차림을 준비할 것”(송이원) 등이 있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