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한·중·일 정상급 연주자가 모인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1일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공연하고 있다. 외국인매수 클래식부산 제공
◆마에스트로의 APO
개관 페스티벌 주역은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APO였다. 21일 개관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합창’에는 아시아의 새로운 클래식 중심으로 웅비하려는 신생 콘서트홀 의지와 비전이 응축돼 있었다. 지난 바다이야기게임다운 2월 기자회견에서 정명훈은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의 탄생을 부산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거장의 예언대로 APO는 대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빼어난 연주실력을 보여줬다. 특정 기간에만 ‘헤쳐 모여’ 식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로서 합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도 충분한 기량과 화음이 돋보였다. 특히 정명훈의 섬세한 지휘에 호응하려는 스윙매매기법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이 가득 실린 연주는 APO의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서울시향·KBS교향악단·도쿄필·중국 국가대극원 등에서 활약 중인 젊은 음악가들이 주축인 APO는 아시아의 세계적 페스티벌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APO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매년 이 시기에 마에스트로와 함인프라웨어 주식 께 정기적으로 시즌을 만들어가려 한다”며 “상반기 한 차례 연주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어, 하반기에도 추가 공연을 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APO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여서 매번 단원을 구성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연주자 일정도 수시로 바뀌고, 무엇보다 각 교향악단 협조를 얻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는 연주바다이야기 다운로드 횟수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늘릴 수 있을지,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려 한다”고 했다.
부산콘서트홀 외관.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콘서트홀의 개성
갓 딴 와인처럼 신생 콘서트홀도 안정된 소리와 제 개성을 찾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가 건축설계하고 오양기 목포대 교수가 건축음향을 설계한 부산콘서트홀은 외관만큼이나 음향 개성도 뚜렷했다. 대·소편성 기악곡, 성악,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을 고루 들어본 결과 기존 국내 연주장보다 풍부한 고음·저음으로 현장성이 강조된 음색이 만들어졌다.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퍼져나가는 데 중점을 둔 설계여서 오르간 앞 합창석에서 나오는 합창에 콘서트홀이 잘 응답했다. 조성진과 APO의 완전무결했던 ‘황제’ 협연에선 탄성이 나올 정도로 생생한 연주음이 객석에 전달됐다.
시민공원 푸른 정원 속에 자리 잡은 부산콘서트홀은 외관은 물론 콘서트홀 내부까지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들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포도밭처럼 펼쳐진 2011석 규모의 홀 잔향시간은 2.3초. 소리가 소멸(-60㏈)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콘서트홀 음향적 개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오케스트라 음악에 이상적인 잔향은 약 2.0~2.5초로 알려져 있다. 최윤 클래식부산 음향감독은 “특히 콘서트홀 체적 공간(1인당 약 11㎡)이 넓어 울림의 깊이가 풍부하고, 고음부터 저음까지 균형 있게 퍼지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내벽은 기존의 나무 마감이 아닌, 음향 확산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형 벽돌을 쌓아 올렸다. 두껍고 단단해 소리의 반사 효율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공연장 천장과 측면 상부에는 사운드 클러스터 시스템이 설치돼 무대에서 나온 소리를 골고루 확산한다. 바닥은 캐나다산 연질 시더 목재를 두껍게 깔았다. 최 감독은 “얇은 바닥에서는 둥둥 울리기만 하는 소리가, 두꺼운 바닥에서는 힘 있고 단단하게 뻗어나간다”고 했다. 파이프오르간은 공연장 완공 이전부터 전제된 설계 요소로, 4400개 이상의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2층 좌석에서 듣는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 최 감독은 “송풍 모터가 강력해 소리가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퍼진다”며 “합창석과 오르간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치 나팔처럼 객석을 향해 모여 웅장하면서도 명료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부산=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