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전 접시. 개인 소장·촬영자 시로노 세이지(城野誠治).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전기 도자를 주제로 구성된 제1부 전시실에서는 조선의 도자가 흰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압도적,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박물관이 KMH 주식 소장한 도자 300여 건을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했다. 고려 말기 유행했던 상감청자로부터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로 변화해 간 빛깔을 한눈에 담은 뒤 걸음을 옮겨가며 개별 유물을 다시 한 번 살필 수 있다. 다양한 서화가 전시된 제2부 전시실은 이번 전시의 꽃이다. 조선 전기 서화는 남아 있는 작품도 적을 뿐만 아니라 빛과 색을 그대로 유지손오공 하기 위해 전시 기간도 엄격히 통제돼 국내 소장품이라 하더라도 평소 만나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호후(防府)시 모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산수도’는 규모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중국 작품으로 여겨졌으나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재평가한 결과, 당대 최고로 꼽힌 화가 안견의 화풍과 중국의 화풍이 모두 느껴지는 새 나라 조선의 그림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한 ‘산시청람도’와 일본 야마토문화관에서 소장 중인 ‘연사모종도’는 동일한 ‘소상팔경도’의 두 장면으로 추정된다.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두 폭의 그림이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내 기관에서 소장 중인 작품들은 전시 초반 6주 동안 모습을 보인 뒤 되돌아간다. 이후에는 다른 대여 유물 등이 새롭게 자리를 채우니 회전문 관람도 즐겁다.
스오고쿠분지 소장 지장시왕도. 일본 스오고쿠분지 제공 ⓒ周防國分寺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도 불교는 왕실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생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세 번째 전시 공간은 정치적 명분,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조선 전기의 다양한 불교 미술 작품들로 채워졌다. 특히 오는 22일까지만 특별히 전시관에 금빛 찬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서울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은 놓쳐선 안 될 유물이다. 해당 불상이 조계사를 떠나 전시실에 놓인 것은 최초의 사례다. 만약 불상이 사찰로 돌아간 후에 방문하게 될 관람객이라면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또한 박물관 미술부에서 수차례 사찰을 설득한 끝에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박물관 서화실 불교 회화 파트에서만 제한적으로 만나볼 수 있던 불화들도 여럿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의 마무리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훈민정음’이 맡는다. 조선 전기의 수많은 문화적 창안과 발명 중 단연 오늘날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15세기 창제된 훈민정음은 조선의 전기와 중기를 잇고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며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장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