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배드 인플루언스: 키즈 인플루언서의 그림자'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넷플릭스 '배드 인플루언스: 키즈 인플루언서의 그림자'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 이 글에는 넷플릭스 '배드 인플루언스: 키즈 인플루언서의 그림자'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갓난아기부터 10대 아동까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아동이 주인공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키즈 인플루언서'라는 명칭이 붙는 그들은 과연 영상의 진짜 주체일까? 화면 밖에서 영상모바일바다이야기
을 촬영하고 지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른이고 대다수는 아이들의 부모다. 지난 9일 국내에서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배드 인플루언스: 키즈 인플루언서의 그림자'는 부모의 주도로 만들어진 아동 인플루언서 세계와 이 안에 숨겨진 학대와 착취를 고발한다.
다큐멘터리는 2022년 미국에서 제기된 '아동 인플루언서 학대' 소송 사건을 심층적으로케이아이씨 주식
다룬다. 10대 초반의 딸 파이퍼 로켈을 유튜브 스타로 키운 엄마 티퍼니 스미스가 콘텐츠에 함께 출연한 11명의 아동 인플루언서 부모들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이다. 홀로 파이퍼를 키운 티퍼니는 리얼리티 쇼 출연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탄 파이퍼와 LA(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인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한다. LA는 미국 내 아동 인플루바다이야기게임방법
언서 사업이 밀집돼있는 대표 지역이다. 티퍼니가 딸을 내세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파이퍼는 10살이었다. 티퍼니는 파이퍼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자녀의 교육받을 권리를 차단시켰고, 자녀를 이용해 수익을 올릴 방법에만 골몰했다.



▲ 파이퍼 로켈(왼쪽)과 티퍼니 스미스.사진=온라인야마토릴게임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큐멘터리의 1부 제목 '#맘매니저'처럼 티퍼니는 파이퍼의 매니저가 되어 딸의 인플루언서 활동, 아니 그의 삶 전체를 진두지휘한다. 파이퍼를 중심으로 한 키즈 인플루언서 그룹 '스쿼드(THE SQUAD)'도 만들었는데, 다큐멘터리는 스쿼드에 참여했던 알라딘릴
아동들과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아동학대 정황을 고발한다. 스쿼드에 참여한 아이들은 하루에 적게는 10개, 많게는 15개의 영상을 찍었다. 오전 11시에 모여 새벽 2시까지 촬영을 했고, 2~3시간을 자고 오전 6시쯤 일어나 학교에 갔다. 촬영이 끝나면 새벽 3시까지 집 청소도 도맡아야 했다는 아이들의 증언도 나왔다. 실제 영상 속에는 지쳐 잠들어 있는 아이에게 티퍼니가 소리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책 의 저자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테일러 로렌즈는 “1900년대 초중반 유명했던 아역스타들이 착취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아역스타 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직장과 미디어에는 노동 보호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영상 속에는 지쳐 잠들어 있는 아이에게 티퍼니가 소리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사진=넷플릭스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티퍼니는 아동을 상대로 한 정서적·성적 학대와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10대 초반 아동들의 신체를 만졌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성희롱과 언어폭력은 상습적이었다. 한 아이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침대 옆에 칼을 두고 잔다”고 털어놨다. 티퍼니의 애인이자 촬영·편집을 맡았던 헌터 힐은 학대의 공범이다. 이들은 더 높은 조회수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한 '썸 콘텐츠'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서로 좋아하는 척하게 하며 특정한 방식으로 껴안거나 입을 맞추게 시켰고, 아이들을 줄 세워 결혼시키는 영상도 만들었다.

아동 인플루언서 영상의 주 구독자는 또 다른 아동일까? 그렇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기사 <인플루언서는 어린 10대 소녀, 청중은 92%가 성인 남성>(The Influencer Is a Young Teenage Girl. The Audience Is 92% Adult Men)에서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계정이 아동에게 성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인식하면 해당 사용자가 팔로우할 아동 계정과 성적 콘텐츠를 추천한다”며 어린 딸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의 92%가 남성인 것을 알고있음에도 이를 운영한 부모의 사례를 보여줬다.
지난해 뉴욕타임즈도 기사 <엄마가 관리하고 남성이 스토킹하는 소녀 인플루언서들의 마켓플레이스>(A Marketplace of Girl Influencers Managed by Moms and Stalked by Men)에서 유사한 실태를 고발했다. 실제 파이퍼에게 비싼 선물을 보내오던 팬도 나이 많은 남자들이었다. 티퍼니는 그가 성인 남성임을 알면서도 딸의 사진과 속옷을 보냈다. 티퍼니는 딸을 포함한 아이들에게 더 노출이 있는 옷을 입혔고, '더 잘 팔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는 식으로 섬네일을 수정했다.



▲ 2024년 6월15일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 '인플루언서는 어린 10대 소녀, 청중은 92%가 성인 남성'(The Influencer Is a Young Teenage Girl. The Audience Is 92% Adult Men) 갈무리.



스쿼드에 참여했던 아동 11명의 부모가 티퍼니와 헌터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모들이 애초 콘텐츠에서 드러난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소송이 시작되자 유튜브는 파이퍼 계정의 수익화를 정지시켰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자 뒤늦게 취한 조치였다. 애초 플랫폼의 책임있는 규정 마련과 대응책이 우선돼야 한다. 스쿼드의 멤버였던 클레어는 “유튜브와 SNS를 향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아동 인플루언서 세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도 방관자다. 다큐멘터리는 정부가 인플루언서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아동 인플루언서 업계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들은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아동 인플루언서 업계는 무법지대다. 당장 유튜브에 접속하면 아이의 사생활을 담은 영상이 '귀여운 힐링' 영상으로 인기 영상 순위에 오르내린다. 티퍼니는 여전히 파이퍼를 이용해 타 플랫폼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파이퍼의 유튜브 구독자는 여전히 1210만 명이 넘는다. 결국 아동 인플루언서 계정의 연료와 추진력은 구독하고 영상을 보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 티퍼니는 아이들이 서로 좋아하는 척하게 하며 특정한 방식으로 껴안거나 입을 맞추게 시켰고, 아이들을 줄 세워 결혼시키는 영상도 만들었다.사진=넷플릭스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영상에 나오고 있는 파이퍼의 모습으로 끝난다. 스쿼드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파이퍼가 좋은 친구들과 좋은 환경에서 지낼 자격이 있다며, 그를 남겨둔 죄책감에 눈물을 보인다. 이 사건의 첫 피해자인 파이퍼는 아직 SNS 속에 남아있다. 이는 유튜브 등 SNS가 있는 곳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사회는 '아동 인플루언서'라는 아동학대와 아동착취로 나아갈 수 있는 위험한 아동 노동에 대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