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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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하는 거를 좋아해서 대회에 도전했고, (제 서양) 요리와 중식이 조화 이룰 만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창작 음식을 만들었죠. 그 음식이 우승을 안겨주어 기뻤습니다.”
지난해 12월7일 열린 ‘제18회 이금기 요리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대학 4학년 민현빈(23)씨가 심사위원 여경래(65) 셰프와의 최근 만남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관자무스로 채운 거제보리새우, 엑스오(XO) 새우 춘권, 중화야채피클’을 내놨다. 예선전을 거친 국내 조리대학 학생 28명과 대결해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이금기 요리수성 주식
대회’는 136년(2024년 기준) 전통을 가진 소스 브랜드 이금기가 매년 국내 조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요리대회다. 지금까지 1만4천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민현빈씨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창작 음식. 이금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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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기는 홍콩, 중국의 신후이, 황푸, 지닝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6개 지역에 생산 시설을 보유한 소스 생산 글로벌 기업이다. 300여종의 소스와 조미료를 100개 나라에 판매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은 굴소스. 기가 막힌 탄생 스토리가 있다. 1888년 중국 광둥성에서 어부들에게 굴외환송금
수프 파는 식당을 운영하던 이금상은 졸다가 국물이 졸아붙어 난처했는데, 뜻밖에 거기서 특유의 맛과 향이 나는 액체를 발견했다. 그 액체가 굴소스의 시초다.
대회도 굴소스처럼 탄생 스토리가 있다. 2007년 여 셰프는 이금기로부터 고문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당시 이금기 초청으로 (본사가 있는) 홍콩에 갔는데, 일본 청년 요리사들이 ‘이금웅진씽크빅 주식
기 요리대회’를 큰 호텔에서 치르고 있는 거예요. 부러웠죠. ‘우리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회가 주는 교육적인 효과도 주목했다. “대회에 참가하면 열정이 생기고 집중도가 높아지는데 실력 향상에 도움 돼요. 제 젊은 날이 그랬어요. 국제 요리대회 때 생긴 열정이 나를 발전시켰다는 것을 알아요. 학생들에게 그런 것을 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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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후이에 있는 이금기 공장 안에 있는 홍보관 모습. 굴소스 탄생 사연을 재현했다. 박미향 기자
중국 신후이에 있는 이금기 생산시설. 이금기 제공
중국 신후이에 있는 이금기 간장 생산시설. 이금기 제공
만남을 가진 이날 여 셰프와 민씨는 긴 얘기를 이어갔다. “‘흑백요리사’에서 (나와 한 대결에서) 이긴 ‘철가방’ 임태훈씨가 넙죽 절해서 당황했는데, 이후 우리 둘에 대한 칭찬이 들리니 어리둥절했죠. 각박한 현실이다 보니 감동을 불러일으킨 듯합니다.” 여 셰프가 기억을 소환했다. 민씨는 “큰 감동을 받은 장면이었다”고 했다. 프렌치 요리가 주종목인 민씨에겐 중식의 ‘사부 문화’는 그저 낯선 풍경이었다.
민씨가 요리대회에 나간 이유가 궁금하다. “여 셰프님을 비롯해 대가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컸어요.” 민씨는 한식이든 양식이든 제출 요리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회 특성도 마음에 들었지만, 대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란 생각이 더 컸다. 여 셰프는 대회를 통해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경험을 전수한다.
‘제18회 이금기 요리대회’ 심사 장면. 이금기 제공
“전국 요리대학 약 150곳 중에서 5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적극적으로 나섰죠. 살면서 가장 자부심 갖게 한 일이죠.” 여 셰프는 육십 평생 이룬 성과보다 학생들과의 만남을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평한다. 여 셰프의 수제자로 유명한 박은영 셰프도 이 대회 출신이다.
대학별 우승자들은 3박4일간 홍콩 미식 연수를 간다. ‘미쉐린 가이드’ 별 식당을 비롯해 여러 미식 현장을 경험한다. “일단 삼시세끼를 좋은 레스토랑에서 잘 먹었어요. 홍콩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기회였는데,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기회죠. 여 사부님과 일정을 같이하면서 다양한 말씀을 들었어요. 그게 큰 메리트였죠.”
홍콩에서 두 사람이 주로 나눈 얘기는 뜻밖에도 ‘요리’가 아니었다. 여 셰프는 “사회에 처음 나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얘기들을 주로 했죠.” 구체적인 조언은 두가지다. “우리는 기술자니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외국에서 취업해서 경험을 늘려라 등이었죠. 한국인들은 말이 잘 안 통해도, 외국 나가면 일을 다 잘해요.” 조언은 더 있다. “희망하던 특급 호텔에 취업해도 실수 같은 거 해서 야단맞으면 의기소침해지는데, 포기하지 말았으면 해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들과 사귀면 그런 상황에 도움이 됩니다.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됩니다.”
‘제18회 이금기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대학생 민현빈씨(왼쪽)와 심사위원 여경래 셰프. 박미향 기자
민씨는 대회와 연수를 통해 깨달은 게 많다고 했다. “‘세상엔 너무 많은 음식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시야가 좁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대회를 통해 확실히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저 스스로 증명해낸 게 기특했지요.”
이금기는 대회를 통해 예비 요리사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호감을 심는다. 한국에서 매년 성장세가 가파른 덴 이유가 있다. 2021년 45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690억원을 기록했다. 대회가 밑거름일지 모른다. 요즘은 중식당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한식당도 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이 긴장할 정도의 상승세다. 여 셰프가 말했다. “선의의 경쟁이 기업이나 전체 사회를 발전시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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