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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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간 공공의료에 몸담았던 조승연 전 인천의료원장이 지난 4월 영월의료원에 왔다. 24시간 5교대로 영월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한지 두 달이 흘렀다. 그가 인천적십자병원장, 성남시의료원장, 인천의료원장 등 공공병원 운영의 총책임자로 일한 시간만 약 15년이다. “환자를 보고 싶었다”는 그는 ‘의료취약지’ 강원 영월 근무를 자청했다. 조 전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 문제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강원도”라며 “강원도 문제가 해결되면 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11일 영월의료원에서 그와 한 시간 반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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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연 영월의료원 응급실 의사가 최근 영월읍에 위치한 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설화 기자
-강원도 중에서도 ‘영월’에, 의사 중에서도 ‘응급실 의사’유니켐 주식
로 오게 됐다. “지난해 12월 19일까지 인천의료원장 자리를 마무리했다. 두 달 정도 쉬며 다른 일을 고민했다. 환자를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선배 한 분이 ‘저 시골가서 한번 있어봐라’ 했다. 시골에서 근무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전역한 공중보건의 자리를 채우면서 평창군보건의료원 응급실에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근무를 하다보니 지역의료가 문TIGER조선운송 주식
제가 많다고 느꼈다. 대도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시골로 가면 의사가 더 없다. 시설이 열악하고 장비도 부족하다. 해결방법을 고민했다. 의대 증원도 방법이지만, 의사가 나오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나. 내친김에 서영준 영월의료원장께 (근무하고 싶다고)부탁을 드렸다. 보건행정을 잘 아는 서 원장과는 생각이 일치하는 게 많아 오래 알고 지냈다. (서 원장이)기황금성게임다운받기
꺼이 오라고 했다.” -응급실 근무 8주차다. 어떤 환자들이 영월의료원을 찾나. “지역 응급실은 손가락을 칼에 베인 환자부터 감기 환자, 병세가 중한 환자들까지 다 온다. 범주가 정말 넓다. 대학병원은 전문과목별로 의사가 있지만, 여기는 인력이 별로 없으니 혼자서 고민하고 판단하는 일이 생긴다. 환자 분류 업무로 따지면 (지역이)더 어려울 수도 있다. 갑갑디에이피 주식
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 “한 명은 치매 노인 환자였는데, 논두렁에서 쓰러져서 7~8시간 뒤에 발견이 됐다. 심장마비 직전이었고, 폐에 기흉도 있었다. 저체온증에 의식이 없고 혈압이 떨어져 있었다. 돌아가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살았다. 지난주까지 내과에 입원해 있었다. 그 분을 살려낸 게 보람이 참 크다. 또 다른 환자는 7살짜리 아이다. 집이 속초였다. 병원 일곱 군데에 전화했는데 소아환자는 못받는다고 회신을 받고 영월의료원에 연락을 한 거다. 진료를 해보니, 아이들이 가끔 대변을 못보면 생길 수 있는 문제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응급실은 허락을 맡고 가는 데가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일단 봐야 하고, 치료가 어려운 경우 다른 병원에 보내는 게 맞다. 시스템이 잘못됐다.” -영월에서 본 지역의료 시스템을 평가한다면. “정부에서 만든 개념 중 하나가 ‘지역 책임의료기관’이다. 지역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다. 500여가지의 상병 중에서 350가지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이다. 심장 시술이나 간단한 뇌 수술도 포함이 된다. 정부가 영월의료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했지만, 의료원은 지금 그 규모에 훨씬 못 미친다. 최소한 병상이 300~500병상, 전문의가 70~100명은 돼야 한다. 규모가 훨씬 커져야 한다. 그래야 영월, 정선, 평창 권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이 될 수 있다.” -지역은 인구가 적어 병원 이용도가 낮을 것이라는 반대논리가 있다. “지역친화도(RI)라는 지표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병원을 얼마나 이용했는지를 따져본다. 제천 명지병원을 본다면 영월, 정선, 평창에서 온 환자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 환자들이 이곳에서 진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보면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인천의료원이 위탁받아 운영을 한 백령도의 병원도 이런 사례였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 병원이 아니라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치과 치료를 받았다.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지원해준 배 이용요금을 따져보니 당시 의사 인건비보다 많았다. 결국 지자체가 치과의사 인건비를 주고 의사를 뽑았다. 복지는 이런 개념이다. 손가락이 찢어져 원주까지 간다고 생각을 해보면 된다. 지역의 환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게 지역거점병원,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이다. 그렇게 되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같은 대학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 -의정갈등 이후 더 심각해진 ‘응급실 뺑뺑이’는 어떻게 봐야하나. “응급실 뺑뺑이 이야기가 나올 때, 초점이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맞춰진다. 문제는 응급의학과가 아니다. 다리가 부러진 환자가 오면 정형외과에 바로 연락이 돼서 치료할 수 있는 연계 구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단절이 있는 것이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모든 과목의 의사들이 응급실을 중심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응급의학과라는 전문 분야가 생기기 전에는 저연차 의사들이 응급실에 있었다. 환자를 어느 과목 의사가 보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소위 ‘게이트 키퍼’(문지기)의 역할을 했다. 환자를 감별하면서 저연차 의사도 성장한다. 지금은 응급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량 배출되지만, 실제 응급실은 따로 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영월의료원은 응급실 협진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인가. “의사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의사가 오고 싶도록 하는 병원을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공공적인 인력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근접해서 만든 게 공공 임상교수제다.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할 때 청와대까지 가서 요구를 한 사항이었다. 대학교수를 충분히 뽑아서 그 교수들을 지방의료원에 순환 근무시키는 제도인데, 미완이 됐다. 기존의 인력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만 만들었다. 현재 한국은 대학병원도 교수를 못 뽑아서 안달복달인 상황이다.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점점 없어지는 의료계 전반의 문제도 있다. 외과 의사가 맹장 수술을 못하는 경우다.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전문과목만 배우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에 있지 않다.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한 의사 부족과 결합이 돼 극한 상황을 맞았다.”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해왔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성이 없다는 점이다. 민간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다. 공공성은 정부가 주도를 하는 것이다. 의사 자격증은 서로 갖고 싶어하는 면허다. 정부가 지정하는 곳에서 10년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줘도 의대는 경쟁이 셀 것이다. 지역 의료,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를 급여를 올리면서 해결해야 하는 수준은 지났다. ‘공공의대 나와서 근무하니 정말 좋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여야 한다. 의사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좋은 학교를 만들어야 하고, 졸업 후에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공공병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공공의대 개념의)자치의대의 경쟁률이 세고,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한 의사 다수가 지역에 남는다는 통계가 있다. 성공한 모델이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정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크게 변화할 건 없다. 큰 원칙은 견지를 하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 의대증원도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등으로 의사들을 필수·공공의료로 데려와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의사 단체와)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단하게 소통을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새 정부가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이야기하는데, ‘소비자’인 시민을 토론의 주체로 포함해야 한다. 이전에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목소리를 냈다. 소비자인 시민이 있어야 민주사회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 -공공병원을 두고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돈을 너무 안 줘서 죽어가는 하마”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복지는 결국 투자다.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라는 인식이 대단히 잘못됐다. 병원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가가 원가 이하다. 다른 (민간)병원은 비급여 항목이나 과잉진료로 운영을 하지만 공공병원은 그러면 안 된다. 병원을 잘 짓고 투자하면 훨씬 많은 돈이 지역에 남는다. 이같은 복지의 선순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결국 지역 주민들이고,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지역 주민이다. 의료에 대한 투자가 복지다. 그래야 지역에도 사람이 모이지 않겠나. 조금만 다쳐도 제천이나 원주로 가야 하면 누가 여기서 살고 싶어 하겠냐.” -모두 강원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의료 문제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강원도다. 인구가 희박하고, 땅이 넓고, 지자체가 돈이 없다. 그러니까 강원도 문제가 해결되면 의료 문제가 해결됐다고 봐도 된다.” 정리/이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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