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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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삼수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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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듯 마는 듯하던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주말, 부산에 살고 있는 70대 부모님과 함께 김해 무척산 등산을 다녀왔다. 부모님은 먹고 사느라 바빠 취미다운 취미가 없던 젊은 시절, 부부 동반 모임이나 안내산악회를 통해 유명한 산 몇 군데 다녀본 적이 있을 뿐이셨다. 평균적인 한국인의 등산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다.
근 2년, 매주 등산을 하는 둘째 딸을 나무라기만 했던 부모님과 지난 추석 연휴 동네 뒷산인 황령산을 함께 올랐다.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고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들머리를 두고 있음에도 한 번도 함께 산을 오른 적이 없었다. 추석을 맞아 부모님 재개발 임대아파트 집에 가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두 분이 나를 따라나섰다. 나름대로 실내에서 간단한 맨손체조를 매일 하고 계시다며 체력은 자신 있다 하셨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운동은 하지 않았으니 등산이 쉬울 리가 없다. 어르고 달래며 어찌어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 동네에서 산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밟은 황령산 정상이었다.
프라임저축은행뱅크런그날 이후로 두 분이 금련산, 배산 등 부산의 동네 산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암 투병 이후로 10년 넘게 밖에 잘 다니지 않으셨다. 별다른 취미생활 없이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게와 집만 오가며 살던 두 분이 조금씩 바깥나들이를 시작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삼성화재 담보대출 가을 산을 품은 천지못의 풍경.
무척 좋았던 무척산 산행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등산이 취미가 될 수 있도록 시간 나는 대로 모시고 등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바람도 쐴 겸 부산을 벗어나 김해 무척산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산이었다. 사실 알아두면 좋은 상식 무척산은 가보려고 찜해 둔 100대 명산 플러스 산이라 인증도 하고 효도도 하고, 1석2조의 효과를 보기 위한 선택에 불과했다. 두 분의 등력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복병이었다.
들머리인 무척산 주차장에 가서 보니 생각보다 가파른 산의 모양새에 흠칫 놀랐다. 오후 2시가 넘어 산행을 시작했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농협시중은행 해가 빨리 지는 계절이라 걱정이 되었다. 일단 힘들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척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연리지 나무-천지폭포-천지못을 지나 무척산 정상(702.5m)을 찍고 흔들바위 방향으로 내려와 원점회귀하는 것이 정해둔 코스였다.
첫 목표지점인 연리지 나무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을 갈지자로 오르는데 부모님의 얼굴은 빨개지고 숨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그럼에도 두 분은 혹시 해가 질까 걱정이 되어서인지 좀체 쉬려고 하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천지폭포와 산 중턱, 넓게 자리 잡아 신기했던 천지못에서도 감탄만 할 뿐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의외로 저력 있는 부모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어린 시절 땔감을 찾기 위해 산에서 휘저었던 이야기, 고무신 신고 산을 누비며 뛰어놀던 이야기를 하시며 '이 정도쯤은'이라는 듯 끈기 있게 산을 올랐다.
산행 중인 부모님. 부모님의 끈기에 감탄이 나왔다.
우리는 1시간 30분 만에 무척산 정상인 신선봉에 올랐다. 정상석 앞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힘들게 종주를 완주했을 때보다 더 보람찼다.
어르신들은 하산이 더 힘들다고 하던데 부모님은 아직 무릎이 괜찮으신지 신이 나서 빠르게 내려오셨다. 그 덕에 우려와는 달리 해가 지기 전, 넉넉하게 무척산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km가 넘는 산길을 2시간 30분 만에 완주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완연한 가을 산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낙엽비가 쏟아지는 산길을 걸으며 함께 가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어 무척 기뻤던 산행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산행을 함께하게 될지 기대된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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